구획들





서민우 개인전 《구획들》 

서민우
기획 | 윤태균
서문 | 윤태균
비평 | 나원영, 서예원, 전대한
그래픽 디자인 | 박파노.파노
공간 디자인 | 조승호
설치 | 서민우, 윤태균, 장영민, 정명우, 조승호, 황웅태
촬영 | 스튜디오 아뉴스
프로젝트 매니저 | 강다영
후원 | 서울문화재단

소리가 없어야 할 곳에도 소리는 있다. 헤드폰을 쓰고 길을 걸어 다닐 때 음악 사이로 파고드는 도시의 소음들, 정적을 요하는 미술관에서의 발걸음, 이미 지나친 영상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웅얼거림. 이처럼 소리는 우리가 초대하지 않아도, 항상 예기치 않게 우리를 감싸는 감각적 공간을 차지한다. 서민우는 소리의 공간적 수행에 주목하여 소리를 조형의 재료로 사용한다. 서민우의 조형에서 소리가 재료가 되었을 때, 소리는 장식이나 추상이 아닌 구체적 기호로 기능한다. 서민우의 소리는 관념적이기보다는 구체적이고, 비물질적이기보다는 물질적이며, 비역사적이기보다는 역사적이다. 소리는 독립된 감각 그 자체를 지시하기보다는 구체적 상황의 지표이고, 공간 내에서 파동으로 관객들 주위를 운동하고, 전시장 내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이전 시간의 같은 공간에서 수집된 특정한 과거이기 때문이다.

구획된 공간에서 바깥으로 새는 소리는 시각과는 달리 가림막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서민우는 구획을 통해 소리에 각자의 공간-영토를 만들어 주고, 영토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변형된 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한다. 구획을 구성하는 재료인 나무, 철, 돌은 소리를 정형화된 공간 내에 붙잡음과 동시에 바깥으로 새는 소리를 고유한 물성으로 변환시켜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흘려보낸다. 관객들은 전시 공간 내부를 돌아다니며 구획된 소리를 지켜볼 수 있으며, 또한 무작위로 흐르는 소리를 따라다닐 수도 있다. 물론 전시 공간 옆 드라이아이스 공장의 작업 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가 사방의 감각들을 거리낌 없이 환영할 때, 비로소 이 전시의 감상 환경이 공간 안과 밖, 관객의 몸 안과 밖을 포괄하는 총체적 공간을 전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