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도적 삶
《비의도적 삶》
2023. 08. 30. - 2023. 09. 24. (월, 화 휴관)
13:00 - 18:00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5가 4 팩션
오민수, 장윤영, 한지형, 한하예닮
주최 | Faction
기획 | 윤태균
사진 | 김지현
디자인 | 윤태균
번역 | 윤혜린
우리의 현재는 과거가 도달한 미래이자 미래가 소급되는 과거이다.
물리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는 시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아래의 다이어그램을 제시한다. 이 빛원뿔(Light Cone) 그래프에서 아래의 원뿔은 과거의 시공간이고, 위의 원뿔은 미래의 시공간이다. 현재는 잠재적 미래와 다양한 과거가 맞닿는 지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현재의 단일한 점이 아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관통하여 미래로 향하는 선이다. 과거의 수많은 사건들은 현재를 규정하고 현재의 사건들은 미래의 수많은 사건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에서 원하던 현재를 지나고 있는가?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우리의 의도는 얼만큼 실현되었는가? 그러나 우리의 현재를 유토피아로 부르지는 못한다.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변화, 정세를 휩쓰는 극우주의와 적자생존을 강요하는 자유주의 광풍... 이 현재는 적어도 우리가 의도한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시 《비의도적 삶》은 현재 우리 삶의 조건이 되는 과거-현재-미래 세계선의 사건들을 다룬다. 한하예닮은 근현대의 서구적 남성성을 여기에 소환하여 그것이 현재에 통용되는 방식을 변증한다. 오민수는 배달 노동자의 흔적인 시티 오토바이를 아카이브, 상징 기호로 구축하고 플랫폼 경제 시스템에 가려진 인간성을 재고한다. 한지형은 수집한 디지털 이미지 개체를 회화면에 부착하는데, 이 화면은 이미지의 기원이나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디지털 이미지 퇴적층의 단면이다. 장윤영은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SF 서사를 작성한다. AI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된 이 서사는 멸망 이후의 미래를 상상하지만 동시에 멸망 이전인 현재를 지시한다. 윤태균은 2022년부터 예술과 물질적 삶에 관한 기획, 글을 생산해왔다. 전시 《비의도적 삶》은 이 일련의 일부이다.